[100th Cruise Report]이스터섬(칠리) 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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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출발한 뒤 5일 동안의 해상일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이스터섬. 이스터섬은 남미 대륙에서 약 3800km, 타히티에서 약 4000km. 주위 2000km 반경 안에 사람이 살지 않는 ‘절해고도’입니다. 섬 전체 이곳 저곳에 점재한 거대한 모아이 석상들은 아직도 수수께끼에 싸여 있지요. 이번 남반구 크루즈의 방문지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뽑인 곳이 바로 이스터 섬입니다. 이스터섬에 들어갈 때는 텐더보트라고 불리는 연락선으로 갈아 타야 해서 파도가 높을 때는 섬에 상륙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파도가 잔잔했답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섬을 감싸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스터섬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 ​

 

오션드림호에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섬의 중심지인 항가로아 마을에 상륙했습니다. 인구 약 7000명의 작은 섬 다운 느긋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항가로아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나케나 비치’입니다. 이스터섬에서 몇 안 되는 해수욕장인 이곳은 새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모아이 석상의 모습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지요. 모아이 석상이 올라선 돌 제단을 ‘아후’라고 합니다. 아후마다 각각 이름이 있는데 아나케나 비치에 등을 돌리고 늘어선 모아이 석상들이 올라 있는 것은 ‘아후 나우나우’라 불립니다. 발견되기까지 오랫동안 모래에 묻혀 있어서 보존 상태가 좋고, 아후 나우나우의 모아이 석상 7구 중 5구가 완전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등에 새겨진 무늬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머리 위에 있는 돌은 ‘푸카오’라고 하며 ‘모자’ 또는 ‘올려묶은 머리’라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

 

다음 행선지는 무려 15구의 모아이 석상이 모여 있는 ‘아후 통가리키’입니다.​ ​

 

다른 곳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이 친구는 '여행하는 모아이'라고 불립니다. 지금까지 긴 기간 여행을 이어온 우리들. 혼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여행하는 모아이’의 기분을 왠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대부분의 모아이 석상들은 바다를 등지고 섬을 안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모마이 석상들이 눈에 깃든 ‘마나’라는 성스러운 힘으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섬 전체에 여유롭고 부드러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쩌면 모아이 석상들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지막 목적지는 ‘라노 카우 화산’과 ‘오롱고 곶’입니다. 오롱고 곶에는 트레킹 코스도 있어,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옛날 섬 주민들이 의식이 행해진 마을 유적을 볼 수 있습니다.​ ​

 

앞바다에 '모투누이섬’이 보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는 여태껏 본 그 어떤 파란색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오롱고 곶 바로 옆에는 라노카우 화산의 분화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라노카우 화산은 이스터섬에서 아주 귀중한 수원지라고 합니다.​ ​

 

신비로운 절해 고도.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거대한 모아이 석상들. 현재까지 아무도 해독에 성공하지 못한 이스터섬의 문자 ‘롱고롱고’. 불사가의한 의문으로 가득한 이스터섬에서 보낸 하루. 섬의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 바다, 산, 섬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기분 탓인지 이곳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박 중인 오션드림호에서는 이스터섬의 모아이만들기 장인과 댄서, 뮤지션을 비롯한 섬 사람들을 초대해 선내에서 라파누이(섬 사람들이 이스터섬을 부르는 원래 이름) 문화를 체험하는 교류 시간을 가졌습니다.​ ​

 

7층 브로드웨이라운지에서는 라파누이 전통 퍼포먼스를 감상했습니다. 라파누이에 전해지는 춤과 노래를 통해 섬의 역사와 삶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박력있는 춤사위의 매력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심장을 뒤흔드는 리듬에 몸을 움직이며 라파누이의 전통 문화를 온몸으로 느껴보았습니다.​ ​

 

석양이 수평선에 닿을 무렵 오션드림호는 이스터섬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아 나왔습니다. 이제 남양의 낙원 타히티를 향해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