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음영이 공존하는 안달루시아

2021/6/25

모트릴(스페인))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는, 흔히 떠오르는 유럽의 도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들. 바로 유럽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입니다. 약 800년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 도시 곳곳에서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가장 스페인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도 불리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이번 레포트에서 소개합니다. 

이슬람 예술의 최고봉, 알함브라 궁전 

지중해에 접한 한적한 항구도시 모트릴에 배가 입항하고, 이후 버스를 타고 내륙으로 이동합니다. 차창에서 보이는 것은 만년설로 덮힌 아름다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라나다는 바로 이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부터 존속한 유서깊은 도시입니다. 그라나다는 8세기경 이슬람 문화가 들어온 이래, 13세기 나스르 왕조의 수도가 되어 15세기말 다시 그리스도 세력권에 편입되기까지 약 800년간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 문화의 중심도시로 번영하였습니다.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안달루시아의 보석으로도 불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알함브라 궁전입니다. 궁전이라고 불리지만 요새를 연상케하는 외관, 그리고 이와 상반대는 내부 전경을 소개합니다. 

시대를 거쳐 증축, 개축이 이어진 알함브라 궁전의 가장 큰 볼거리는 나스르 아침궁전. 다소 투박한 외관과는 전혀 상반된 화려하고 섬세한 세공과 아름다운 아치로 구성되어 신비한 분위기마저 연출합니다. 내부의 방들을 연결하는 회랑의 지붕과 벽에는 저마다 다른 장식이 있으며, 현지에서 이어지는 마법의 힘을 빌려 이 궁전을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수긍이 갈 정도로 화려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건물의 가운데에는 연못이 딸린 정원이 있어 이 연못에궁전의 모습이 투영됩니다. 뜨거운 안달루시아 지방의 여름을 피하기 위해 조성된 연못에서 이 높은 곳까지 물을 끌어다 연못을 조성한 당대 지배자의 권력의 강대함이 상상됩니다. 

벽과 지붕에는 아라베스크 무늬, 그리고 캘리그라피. 우상숭배를 허락하지 않는 이슬람 문화에서 발달한 양식입니다. 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무늬가 궁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궁전에서는 강렬한 안달루시아의 태양도 이 장식들을 빛내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빛의 음영에 따라 변화하는 내부의 분위기에는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무카르나스로 불리는 천정장식, 화려한 발코니 등 다양한 예술기법이 도입된 궁전의 내부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방문객들을 매료시킵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알함브라 궁전의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다로강을 건너 펼쳐지는 알바이신 지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거리 전체가 등재된 이곳에서는 흰색의 벽과 돌길이 아름다운 그라나다의 옛모습을 잘 보전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원래 무슬림 이주민들의 이주구역이었으며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길이 마치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바이신 지구에는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궁전의 풍경은 추천 볼거리 입니다. 

아름다운 하얀 마을로 

안달루시아 지방은 가장 스페인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가 기항하는 모트릴에서 약 1시간 거리에 떨어진 빛나는 흰색 벽이 인상적인 후리히리아나도 그 중 한 곳입니다. 강렬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벽과 문은 각각 흰색과 파스텔색, 그리고 집앞에 심은 꽃들이 아름다운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마을의 언덕과 계단, 좁은 길을 따라 걷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샌가 눈에 들어오는 지중해가 펼쳐집니다. 특별한 목적 없는 산책에서도 곳곳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카메라의 셔터도 저절로 누르게 됩니다. 

바르(Bar) 탐방 

영국에 펍(Pub)문화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바르(Bar)문화가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 방문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바르를 찾아 문을 열면 올라!(Hola)라는 인사말과 함께 점원이 반겨줍니다. 바르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명물 햄과 차갑게 식힌 와인이 유명합니다. 얆게 썬 햄의 지방과 소금간이 와인과 잘 어우러 집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오랜 시간 역사가 이어져온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즐기는 바르에서의 휴식은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PHOTO: PEACEBOAT, Isogai Miki, Nakasuji Ko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