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고동을 느낄 수 있는 아득한 미지의 땅으로

2020/7/8

한 국가의 이름을 들으면 생각나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얼음의 대지'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유럽의 북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도 그 예일 수 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여 일년 내내 춥고 척박한 환경. 하지만 정작 찾아가 본 그 땅은 티없이 맑은 하늘과 변화무쌍한 대지 그리고 따뜻한 거리가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무수한 화산과 유럽 최대의 빙하,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하늘과 대지. 살아있는 지구를 체감할 수 있는 볼거리들이 다채로운 곳입니다. 아직까지도 생생한 그곳의 절경들. 아직 만나보지 않은 지구를 만나러, 아득한 아이슬란드의 땅을 여행합니다.

웅대한 경치에 이끌려

초여름, 산봉우리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가운데 발밑에는 새 생명이 싹트고, 앞으로 시작될 여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더니, 시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하늘을 무대로 신비한 오로라가 나타납니다. 9세기경 아이슬란드로 이주한 바이킹들은 청정지역을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얼음의 대지=아이슬란드'라고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이 나라의 자연에 얽힌 이야기는 문학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한데, 사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멋지다는 말 말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게 됩니다.

국민의 자긍심, 세계문화유산 '알팅그'

레이캬비크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싱벨리어 국립공원, 거대 간헐천, 아이슬란드 제일의 폭포인 굴포스, 이 세 곳은 골든서클이라고 합니다. 마치 대지가 숨을 쉬듯 수면이 오르내리며 약 48분 간격으로 굉음과 함께 물보라가 치솟는 간헐천. 구멍 속에서 울퉁불퉁 소리를 내면서 수면이 솟아오르고, 단번에 치솟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굴포스 폭포는 초당 평균 140톤의 물이 용암층 위를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2단계로 흘러내리는 웅대한 폭포입니다. 살아있는 지구와 자신이 일체화되는 듯한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해저 산맥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매우 드문 곳입니다. 갈라진 틈을 경계로 유라시아판과 북미판이 좌우로 맞닿아, 지금도 1년에 몇 센티미터씩 국토가 넓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살아있는 땅'을 무대로 서기 930년부터 열려 온 것이 「알팅그」라고 불리는 세계 최초의 민주 회의. 정적이 감도는 이 대자연 속에 도민들이 모이고, 아이슬란드 헌법이 제정되고 독립도 선언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왠지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삶에 다가서는 자연의 에너지

골든 서클에서 경험한 지구의 힘을 이번에는 다른 형태로 체험해 봅니다. 황량한 대지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넓이 5,000평방미터의 세계 최대의 노천탕 「블루라군」. 인접한 지열 발전소의 지하로부터 퍼 올린 뜨거운 물을 재활용한 인공 온천입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유백색 물속에 몸을 담그면 마치 지구라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듯한 해방감! 화산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지열은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국내의 전력 약 7할은 빙하나 폭포의 수량을 이용한 수력 발전, 나머지 3할은 지열 발전을 이용한 클린 에너지 대국입니다.

자연이 품은 거리

유일무이의 대자연을 만끽한 후에는,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수도 레이캬비크를 산책합니다. 도시의 인구는 12만 명 정도로, 도보 돌아보기 안성맞춤입니다. 먼저 도시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이 교회는 분화한 화산에서 흘러나와 차갑게 굳어진 마그마를 이미지화하여 설계되었습니다. 근미래적이면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레이캬비크의 거리에 녹아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형형색색의 장난감 상자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알록달록한 포근함이 느껴지는 집들을 보고 있자면 이 머나먼 북쪽 땅에서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만나는 신기하고 개성적인 건축물들. 디자인은 산과 대지, 빛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에 있으면 거리와 사람까지도 자연의 일부이며, 지구의 일부임을 강하게 느낍니다. 북쪽 끝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이곳은 많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큰 나라입니다. 아이슬란드를 떠나는 우리를, 밤하늘에 뻗은 빛의 탑 이매진 피스 타워가 배웅합니다. 언젠가 또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