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모로코 거리 산책
2021/4/23
탕헤르, 카사블랑카, 마라케시(모로코)
아프리카 대륙 북부, 지중해에 접한 모로코는 예로부터 아프리카, 유럽, 아랍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로서 발전해 왔습니다. 수많은 역사와 문화가 교차하는 거리에는 다양한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타일로 채색된 이슬람 건축, 미로와 같이 얽힌 메디나(구시가지)의 골목, 시끌벅적한 수크(시장), 지중해의 풍요로운 먹거리 등 다채로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모로코를 찾아갑니다.
모로코의 바다 현관
여행은 지브롤터 해협에 접한 탕헤르 거리에서 시작합니다. 스페인에서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불과 14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탕헤르는 아프리카 대륙의 '바다의 현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스페인 남부를 방불케 하는 거리 풍경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탕헤르에서 지중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메디나」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입니다. 메디나 내에는 지중해 도시와 같이 흰 벽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향신료의 향기와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메디나 내에서 위치한 모스크들이 이곳은 틀림없는 모로코임을 알려줍니다.
또 다른 모로코 거리의 특징으로는 「젤리지」라고 불리는 모로코 전통 타일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잘게 자른 점토 조각을 기하학무늬로 조합한 젤리지는 하나하나가 장인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슬람 문화권만의 치밀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 아트는 모스크와 집들의 벽면, 구시가지의 입구 등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마를 이은 가게나 수크의 떠들썩함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컬러풀한 젤리지는 모로코를 물들이는 풍경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예술이 스며들어있는 것도 모로코 특유의 거리 산책의 매력입니다.
모로코의 안달루시아로
탕헤르 동쪽에 위치한 테투안 거리에는 안달루시아풍의 하얀 벽으로 지어진 집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모로코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스페인 건축이 융합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테투안에 안달루시아 거리가 생겨난 이유도 이 거리가 중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도망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그 후 20세기 초에는 스페인령이 되기도 하며, 지금은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이국정서가 거리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디나를 거닐다 보면 새하얀 벽에 배치된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나 알람브라 궁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정교한 조각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모스크를 방문하다
탕헤르와 함께 모로코를 대표하는 도시 카사블랑카. 할리우드 명작의 무대로도 알려진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와 프랑스의 문화가 융합된 아름다운 거리가 특징인 곳입니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200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미나렛(첨탑)이 돋보이는 하산 2세 모스크를 방문해 보세요. 선대 국왕이었던 하산 2세가 북아프리카의 장인들과 건축재들을 모아 만든 모스크는 세계 굴지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대리석을 수놓은 에메랄드 타일 장식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압도적인 웅장함에도 위압감을 주지 않는 우아한 모습은 찾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마라케시 거리 맛집&쇼핑
북아프리카 원주민 베르인의 말로 '신의 나라'를 의미하는 마라케시. 북아프리카 최대 교역 도시로 번영한 메디나가 이곳 대표 볼거리입니다. 메디나의 중앙에 위치한 자마 엘 푸나 광장에는 많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어 밤낮으로 활기가 넘칩니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포장마차를 들여다보면, 원뿔 모양의 독특한 뚜껑이 특징인 냄비로 요리한 타진 가게입니다. 증기를 순환시켜 재료의 맛을 끌어내는 타진 냄비의 구조는 물이 적은 모로코만의 지혜로 탄생하였습니다. 고기와 야채의 육즙이 풍부하게 살아있습니다. 건강하고 부드러운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광장 북쪽으로 펼쳐진 거대한 수크(시장)도 마라케시의 인기있는 볼거리 중 한 곳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에는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으며, 식료품과 생필품은 물론이고 의류와 융단, 가죽제품, 도자기, 금속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이 바로 도자기 접시입니다. 컬러풀한 색상과 이국적인 도안이 특징인 접시는 그릇뿐만 아니라 예술로서 벽에 장식하거나 소품 받침으로 만들어도 근사합니다. 수작업이므로 같은 모양의 접시라도 각각 특징이 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됩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제일의 미궁 도시 페즈
복잡한 구조가 특징인 메디나 중에서도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페즈의 거리에 발달한 메디나는 각별합니다. 거대한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페즈의 메디나는 '세계 제일의 미궁도시'로도 불립니다. 푸른색의 아라베스크 무늬가 아름다운 부주르드 문을 통과하면 그곳부터 무수한 골목들이 뒤섞인 소란스러운 세계. 차량 통행이 허용되지 않아 오늘날까지도 대규모로 개발되지 않았으며, 중세부터 이어진 오래된 거리와 모스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거미줄 같은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중세 이슬람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