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실크로드를 지탱한 다문화의 섬

2021/10/22

페낭섬(말레이시아)

말라카해협의 무역거점으로 번성한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해상운송의 도시 페낭섬. 이곳은 7세기경부터 인도, 아랍, 중국을 잇는 무역 중계지로 발전하였습니다. 15세기 이후부터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무역창구의 역할을 하였으며 18세기 후반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당시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성의 중심지 조지타운은 말라카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건물들과 중국풍의 절, 페라나칸 건축, 이슬람 모스크, 힌두교 사원, 리틀 인디아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페낭섬을 소개합니다.

동서무역의 십자로, 말라카 해협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의 사이에 위치한 전장 1,000km에 달하는 말라카해협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의 일부인 안다마해(버마해)를 최단 거리로 잇는 점에서 바다의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오래전부터 교역을 위해 많은 선박이 왕래하는 곳입니다. 현재는 연간 10만척 이상의 선박이 운항하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역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말라카 해협은 폭이 좁은 탓에 수면은 매우 평온하며 수 많은 화물선과 탱크선이 왕래하는 사이로 크루즈선도 천천히 나아갑니다.

다문화가 공존하는 거리

페낭섬에서 선박이 정박하는 곳은 섬의 중심지 조지타운입니다. 거리에는 중국, 인도, 이슬람 양식의 건물들과 식민지 시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혼재되어 과거 국제 교역항의 모습을 여실히 전하고 있습니다. 항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금방 중심지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조지타운의 중심에 남북으로 뻗은 카피탄 켈렝 거리(통칭 하모니 스트리트)를 걷다보면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영국국교회 세인트 조지 교회를 볼 수 있습니다. 통일감 있는 외관은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며 남국 특유의 녹음과 열대기후의 강열한 태양아래에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하모니 스트리트에는 19세기초 남인도의 상인에 의해 지어진 카피탄 켈링 모스크가 있습니다. 검은색 돔과 흰색의 외관이 대조를 이루어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의 한곳으로도 꼽히는 곳입니다.

하모니 스트리트에서는 위 건물 이외에도 화교에 의해 지어진 중국풍 사원, 관음사, 그리고 힌두교의 스리마하 마리아만 사원 등 각기 다른 4개의 종교 건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나의 거리에 각각 다른 종교시설이 들어선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진귀한 풍경이며, 이 거리의 이름이 하모니 스트리트라고 불리게 된 것또한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래픽 아트의 도시

페낭섬은 그 다양한 문화들의 공존으로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낭섬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거리에 그려진 다양한 그래픽 아트입니다. 리투아니아 출신 아티스트가 그린 벽화가 그 계기로 현재 약 50점 이상의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도시 곳곳에 그려진 작품들을 찾아 산책하는 것도 페낭섬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오래된 건물, 벽에 그려진 작품은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 손님을 기다리는 인력거 노인 등 말레이시아의 일상생활을 표현한 것들이 많으며 도시의 분위기와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실제 자전거와 오토바이, 의자와 벽화가 조합되어 있는 작품들도 많아 실제 의자 등에 앉아서 작품의 일부가 되어보는 즐거움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페라나칸 문화 

페낭섬은 페라나칸 문화가 깊게 남아 있습니다. 페라나칸은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중국계와 말레이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 무역등의 비지니스를 통해 부를 축적하였으며 중국과 말레이시아 문화, 그리고 유럽문화를 조화한 새로운 문화양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 페라나칸 문화라고 하며 현재에도 당대 문화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페라나칸맨션은 페라나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 입니다. 페라나칸 양식으로 지어진 대회랑과 가구, 침구, 식기, 귀금속류 등 다양한 품목들이 전시되어 있어 바다의 동쪽,서쪽의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라나칸 문화는 음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페낭섬의 명물인 뇨냐요리가 그것으로 뇨냐는 페라나칸의 여성을 의미합니다. 페라나칸 여성들이 만든 가정식을 중심으로 하는 요리가 뇨냐요리이며 일면 중국식 요리로 보이지만 코코넛, 향신료가 들어간 독특한 맛이 특징입니다. 

유럽,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많은 문화가 공존하는 일상을 가진 페낭섬의 주민들은 이들과 또 다른 문화를 가진 여행자들에게도 관대하여 페낭섬에서는 친절하고 따뜻한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즐길 수 있습니다.

PHOTO: PEACEBOAT, Isogai Miki, Yuruki Shi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