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th Cruise Report]아피아(사모아) 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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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드림호는 이번 크루즈의 마지막 항구, 사모아의 수도 아피아에 도착했습니다. 적도에서 남쪽으로 약 1200km, 남태평양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폴리네시아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사모아. 동쪽에는 투투일라 섬을 중심으로 미국 자본이 투입되어 완벽한 화폐 경제 사회가 형성된 ‘미국령 사모아’가, 서쪽에는 전통적인 폴리네시아의 관습에 따라 생활하는 ‘독립된 사모아’가 있어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나라입니다.​ ​

 

오늘은 기항지의 옵션 투어 ‘자립을 꿈꾸는 사모아의 여성들을 만나다’에 참가했습니다. 유기농업과 공정 무역을 통한 여성의 수입 증가와 사회적 지위 향상에 힘써온 단체 ‘WIBDI(위브디)’와 공장, 농원을 방문하여 지속가능한 농업과 사회에 대해 배웠습니다.​ ​

 

WIBDI의 사무실이 있는 누우 마을에 도착하자 향긋한 숯불 향기가 코끝에 닿았습니다. 오늘은 사모아 사람들이 관혼상제를 비롯해 축하 행사 때 먹는다는 음식인 ‘우무(Umu)’로 특별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우무는 사모아 전통 돌구이 요리입니다. 장작을 태워 돌을 달군 뒤 감자, 바나나, 생선, 닭고기, 곡물 등의 식재료를 바나나잎으로 감싸 올린 다음 큰 바나나잎을 겹겹이 쌓아 덮은 뒤 한 시간 가량 쪄냅니다. 시간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지요.​ ​

 

식사 뒤에는 코코넛 오일과 비누 만들기 현장을 견학했습니다. 사모아에 온 일본인 여성에게 비누 만드는 법을 배워 3년 전부터 상품으로 비누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 ​

 

여성뿐만 아니라 마을의 남자들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비누공장 옆에서는 비누 패키지도 정성껏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좋은, 마음이 담긴 제품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우무가 익기를 기다리며 코코넛 잎으로 접시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마을에는 우무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또는 식후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사모아에 대대로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를 하거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즐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과 함께 몸도 마음도 편해져 사모아의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새로 시작한 꿀 프로젝트는 유기농원에서 자란 꽃을 통해 맛있는 꿀을 만듭니다. 자연에 부담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

 

다음으로 WIBDI의 파트너인 지나(Gina) 씨의 유기농원을 견학했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큰 농원을 꾸려 나가는 어려움을 가족과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지나 씨. 농원에서 받은 과일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질 만큼 달콤한 향이 가득했습니다.​ ​

 

아쉬운 사모아와의 작별 시간. 마지막 항구에서 마지막 출항을 맞이합니다. 오션드림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지금까지의 여정이 단편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오션드림호는 이제 약 100일 전에 출발했던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폴리네시아. 남반구를 여행하며 커다란 지구를 한 바퀴 빙 돌았습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이 장대한 여행도 이제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추억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친구들. 요코하마를 향해 움직이는 배 위에서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을 곱씹으며 남은 여정을 마음에 그려봅니다.​ ​